초서의「바쓰의 여장부 이야기」: 언어의 감옥에 갇힌 여성의 성1)


                                                                      이 동 춘(대구대)                                              

  법률가(Man of Law)가 콘스탄스(Constance)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 있는 이야기”(1165)2)를 마치자,『켄터베리 이야기』의 처음 두 이야기에서와 같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 처음 두 이야기의 경우, 방앗간 주인은 여관주인이 고집하는 이야기 순서의 예법을 깨뜨리고 기사의 이야기에 응수를 하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법률가가 이야기를 마치자, 선장이 갑자기 끼어들어 법률가의 이야기의 내용과 스타일에 상반되는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 기사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처럼 여관 주인은 법률가 이야기의 경건하고 진지한 분위기와 조화를 이룰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시골사제를 지목한다(1168-9). 그러나 선장이 이를 제지함으로써(1178-9), 결국 순례자들은 여관주인이 기대했던 시골사제와 같이 “학식 있는 분의 가치 있는 이야기”(1168)를 듣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선장은 자신의 이야기가 철학적 내용이나 법률적 색채를 배제한 “즐거운 육체”(joly body)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순례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이라 장담한다(1185-9). 그러나 이러한 선장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선장의 이야기의 내용이나 전개방식보다는 실제로 바쓰의 여장부가 법률가의 이야기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법률가에 대항하기 위하여 바쓰의 여장부는 자신의 이야기에 선장의 이야기의 기본골격과 내용을 포함시켜 자신의 논점을 보안하고 있다.

  선장이 정한 이야기의 기본적인 전개방식 안에서, 여장부는 결혼에 관한 주제3)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Fragment I 과 II를 포함하여 모든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남성중심의 가치관 혹은 불평등하게 강요되어진 여성의 위치에 이의를 제기한다. 남성의 학문적인 권위와 전통을 내포하고 있는 정전들에서 벗어나서, 여장부의 텍스트가 보여주는 ‘즐거운 육체’는 법률가의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속성과 내용을 뒤엎고 있다. 방앗간 주인처럼, 바쓰의 여장부는 법률가의 이야기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와 입장을 정면으로 대항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법률가의 이야기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정통 기독교정신 뿐만 아니라, 여주인공, 콘스탄스에게 강요된 가부장적 가치에 대항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수단으로서, 바쓰의 여장부는 자신의 이야기 서두에서 남성의 학식에 대한 권위를 왜곡시키거나 아이러니하게 다루고 있으며, 심지어 성서의 내용 및 권위조차도 그녀는 전복시키고 있다.

  특히, 여장부는 당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추한 여인」(Loathly Lady)이라는 영국의 전통적 이야기를 자신의 독특한 이야기방법으로 각색시키고 있다. 이를 통하여 그녀는 여성들이 남성 권력의 독재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며, 아울러 남성을 ‘지배’하고 싶어한다는 자신의 논지를 확고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이러한 논지를 펴기 위하여 여장부는 프롤로그와 이야기에서 확장(dilatio)이라는 문학적 기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과거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의 내용과 골격에 나름대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래 이야기의 흐름이나 본질에서 벗어나는 소위 이야기 외적인 요소(digressive materials)들을 첨가 혹은 조작하고 있다. 여장부의 이야기 경우, 영국의 전통적인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추한 여인」의 기본적인 플롯에 수도승의 성적인 행동을 비난하는 부분, 여성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는 기사의 모험담, 마이더스와 관련된 도덕적 이야기, 그리고 침실설교 등을 산만하게 삽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엽적인 내용들은 초서의 작품과 유사한 가우어(John Gower)의「플로렌트의 이야기」(The Tale of Florent)와 당시 대중적 로맨스인「가웨인 경과 레그넬 부인의 결혼」(The Weddyng of Sir Gawen and Dame Ragnell)4)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여장부의 프롤로그에서 또한 이러한 특징들이 예외는 아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담론은 이야기의 흐름을 지연시키고 복잡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 볼 때 이로 인하여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여장부의 논지는 잠식되거나 약화되고 만다. 아니러니하게도, 여장부가 사용하는 확장의 담론 안에는 남성 작가 초서와 당시의 주요 독자층인 남성 독자들이 자리하고 있어 여장부의 주장과 관점을 잠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확장의 담론에 내재되어 있는 남성 권위의 입장 및 가치관은 이와 반대되는 여장부의 주장과 계속적으로 충돌을 빚게 된다. 이러한 충돌로 인하여 화자인 여장부의 목소리가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장부의 주장에 독자는 의심을 품게 된다. 한마디로, 확장의 담론 속에 은밀하게 숨어있는 작가 초서의 관점과 주장이 여장부의 주장과 관점을 눈에 보이지 않게 통제하여, 화자 스스로가 자신의 담론의 한계를 보여주도록 하거나 자신이 말하는 언어의 공간에 갇히게 만든다. 이러한 사실을 규명하기 위하여 본 논문에서 먼저 바쓰의 여장부의 이야기와 프롤로그를 구조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게 될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가우어의 작품과 중세 대중적 로맨스의 플롯과 비교하여 어떠한 종류의 확장의 담론이 여장부의 이야기와 프롤로그에 사용되고 있는가 알아보고자 한다. 아울러 여장부가 사용하는 확장의 담론을 통하여 초서가 기대했던 효과가 무엇인가를 보다 구체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I. 여장부의 이야기에 대한 구조적 분석 및 특징

    

바쓰의 여장부의 내러티브를 비롯하여 이와 유사한 두 작품들은 서로 간에 비록 예술적 차원에서 정도의 차이는 보일지언정, 공통적 모티프들, 즉 생명을 담보로한 질문, 결혼 지참금, 결혼 첫날밤의 딜레마, 그리고 마법의 풀림 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초서의 판(version)은 특히 가우어의 판과 매우 유사해서 어느 것이 다른 것의 직접적인 원본 구실을 했는지 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5) 그러나 내러티브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둘 사이에는 특히 구조, 목소리, 언어, 그리고 인물묘사방법과 관련해서 주목할만한 차이가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가장 큰 차이는 구조에서 나타난다. 마이어(H. H. Meier)의 용어를 빌리자면, 가우어의 판이 "고전적 스타일"을 갖추고 있는 반면, 초서의 판은 "바로크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198).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플로렌트의 이야기」에서 가우어는 자신이 전달하고자하는 불순종(Disobedience)이라는 교훈에 들어맞게 "추한 여인"의 기본적 내러티브를 응축시켜 처리하고 있다. 가우어는 이를 전달하는데 불필요한 내용들을 모두 제거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가우어의 내러티브에는 어떠한 아이러니나 전달하려는 의미의 모호함이 나타나지 않으며, 그 흐름 또한 매우 직설적이며 간결하다. 

  가우어의 이야기의 화자인 지니어스(Genius)는 오직 사실이나 사건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직접적이고 간결한 언어를 사용하여 주제를 전달하는 전통적이며 단선적인 이야기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6) 이처럼 직선적이고 직접적인 가우어 판과는 달리, 초서 판의 전개방법은 지엽적이고 산만하다.「바쓰의 여장부 이야기」의 흐름은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지만, 화자가 개인적으로 관련된 많은 양의 새로운 소재들을 이야기 도중에 첨가하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주제로부터 벗어나는 경향을 띄고 있다. 여장부의 이야기의 이러한 발전은 마치 꽃송이가 한 잎 두 잎 더해가며 부풀어오르는 현상(an ever-widening tendency)을 보이고 있다.7)

  이러한 구조적 형태와 더불어 이야기 도중 바쓰가 기본적인 내러티브 안에 자의적으로 첨가하는 내용들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하여 여장부 이야기를 프롭(Vladmir Propp)의 형태론적 방법을 통하여 분석, 검토하고자 한다. 프롭의 구조적인 분석 틀에 따르면,「바스의 여장부의 이야기」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Digression 1: 탁발승들의 성적인 행위에 대한 여장부의 공격

I. 시작상황: 여장부는 훌륭한 아써왕 시절에 사냥을 떠나는(“ridynge fro ryver”) 주인공, 한 젊은 기사(“a lusty baechelor”)를 소개한다.

II 와 III. 금지(Interdiction)와 금지의 위반(violation): 기사는 어떤 처녀를 만나게 되며 법적으로 사형을 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강간한다.

VIII. 악행8): 왕은 법률에 따라 기사를 참수하도록 명령한다.

IX. 결핍(lack) 혹은 불충분(insufficiency): 왕은 왕비와 시녀들의 청을 받아들여 기사에 대한 최종판결을 왕비에게 넘긴다. 왕비는 판결을 뒤로 미루는 대신 기사로 하여금 생명을 구하기 위해 "여성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도록 한다.

XI. 출발: 기사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서기 위해 이별을 고한다.

  Digression 2: 해답을 찾아 헤매는 동안 기사가 듣게 되는 다양하고 상반된 대답들

  Digression 3: 이야기 속의 이야기(an inset-story)--오비드(Ovid)의 마이다스(Midas)                       에 관한 이야기


XII. a. 원조자(donor)의 기능: 질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는 데 실패한 기사는 고향으로 발을 돌린다. 도중에 그는 춤추는 24명의 여성들을 만난다.  지혜를 얻고자 여인들에게 접근하자 춤을 추던 여인들은 사라지고 대신 뭇 남성들이 끔찍이 여길 만큼 추한 노파만이 있다.

XIII. a. 주인공의 반응: 기사는 원조자(donor)인 노파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약속한다.

XIV. 마법의 물건 혹은 비법의 인수: 노파는 귓속말로 해답을 알려준다.

XXIII. 도착: 기사와 노파는 함께 궁정으로 나아가고 기사는 "많은 귀족부인들과 여인들" 앞에 선다.     

XXVI. 해결: 기사는 궁정에 모인 왕비와 시녀들에게 노파가 알려준 해답을 제시한다.

XXIX. 변형 (transfiguration): 궁정 안의 여인들은 기사의 대답에 동의하고 기사는 생명을 구하게 된다.

XII. b.원조자의 기능: 생명을 구한 대가로서, 노파는 결혼을 요구한다.

XIII. b. 주인공의 반응: 기사는 자신의 아내로 노파를 받아들이기를 몹시 싫어한다.

XXXI. 결혼: 마지못해 기사는 노파와 결혼하고 침대에 들지만 그녀에게 접근하기를 꺼려하며 끊임없이 한탄을 한다.

Digression 4: 명문태생, 가난, 나이, 혐오에 대한 노파의 침실설교

XXXII. (노파와 기사의) 완전한 합일 (marriage consummation) 


위의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장부의 이야기에는 이와 유사한 다른 이야기들과 비교해 볼 때 구조적 측면에서 플롯의 전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이야기 외적인 요소들이 기본적인 플롯 안에 첨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야기 본질에서 다소 벗어나는 내용들로 서문에서 수도승들의 성적인 행동에 대한 여장부의 비판,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서는 기사의 모험 및 이와 관련한 화자의 장황한 설명, 마이더스에 대한 도덕적 이야기, 그리고 노파의 침실설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바쓰의 여장부 이야기」의 흐름을 매우 파편적이며 산만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9) 위의 분석에 나타나 있듯이, 여장부가 전달하는 내러티브 흐름이 이러한 요소들로 인하여 지체될 뿐만 아니라 내러티브의 연속성이나 균형10)이 다소 부족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구조적 통일성과 연속성이 결핍되어 보인다는 특징과 함께, 여장부 이야기가 지닌 몇 가지 다른 구체적인 특징들을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과 비교하여 살펴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플롯의 흐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요소들을 제외한 상태에서 여장부의 이야기를 다른 이야기들과 비교해볼 때, 이야기의 흐름이나 구조의 측면에서 여장부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요소가 제외된 여장부의 이야기는 사건과 사건사이의 흐름이 매우 사실적이며 직선적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몇몇 부분들에서는, 다른 이야기의 화자들에 비하여 초서의 화자인 여장부는 이야기를 서둘러 전개시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여장부의 시각에서 기사가 겁탈하려는 여성이 하층 계급의 여인인지 혹은 귀족 출신의 여인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기사가 궁정에서 기사도적인 인물로 간주된다는 사실 자체도 여장부의 관심대상이 되지 않는다. 여장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 즉 어느 기사(남성)가 여성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그녀를 겁탈하고 [“maugree hir heed”(887)], 여러 시련을 겪은 후, 결국 늙고 추한 노파(여성)에게 복종함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구한다는 점이다. 여장부는 이러한 자신의 의도를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어느 특정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묘사에는 적은 분량만을 할애할 뿐이다. 그 결과 여장부의 이야기에서 사건이나 인물의 묘사는 다른 이야기들에 비하여 매우 간결하고 경제적으로 처리되고 있다.11)   

  이처럼 화자인 여장부가 사건이나 인물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화자인 여장부가 극히 적은 노력을 기울일뿐더러 아써왕의 전통적 로맨스 안에 내재되어있는 본질적인 특질이나 요소들을 제거시키는 여장부의 스타일은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의 의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기사도라는 남성적 가치들에 대하여 어떠한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여장부 자신의 의도에 부합하도록 아써왕과 관련된 전통적인 로맨스를 각색하여 이용할 뿐이다. 초서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당시 독자들이라면 이러한 여장부의 의도를 틀림없이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울러 당시 독자들은 전통적인 로맨스가 지니고 있는 의미나 흐름과 상반되게 이야기를 자신의 의도에 부합토록 다시 엮어 가는 여장부의 모습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에서와 마찬가지로「바쓰의 여장부 이야기」에서 또한 작가 초서는 화자인 여장부의 견해와 관점을 반박하기 위하여 여장부가 전하는 이야기 안에 자신의 관점이나 주장을 직접 더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여장부 스스로 왜곡하여 사용하는 전통적인 텍스트와 그 텍스트가 지니고 있는 본래의 의미와 가치 사이의 차이를 독자로 하여금 인식하게 할 뿐이다. 이를 통하여 독자가 자연스럽게 화자의 동기를 의심하게 하며, 심지어 화자의 관점까지도 비웃게 만드는 것이 바로 초서의 의도라 볼 수 있다. 본 논문의 후반부에서 다루어지겠지만, 여장부가 이야기의 기본적인 골격에 첨가하는 여담을 통하여 초서가 독자에게 기대하는 효과와 마찬가지로, 사건과 인물은 간결하고 경제적으로 묘사하는 반면 전통적인 로맨스를 희화(戱畵)적으로 그려내는 여장부의 내러티브 스타일을 통하여 초서는 여장부의 정체성과 의도에 대한 독자의 주관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을 이끌어 내고 있다.

II. 여장부의 프롤로그에 대한 구조적 분석 및 특징

여장부 이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작품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어서 혼란과 어려움을 주는 부분은 다름 아닌 프롤로그 부분이다. 프롤로그에서 여장부는 결혼생활의 “비애” (woe)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프롭의 형태론적인 입장에서 고려해볼 때, 여장부의 프롤로그는 어떠한 기능적인 발전(functional development)도 보여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원인과 결과에 따른 어떤 일련의 행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여장부 자신이 과거의 결혼생활에서 느낀 기억, 감정, 생각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이코 드라마(psychic drama)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여장부의 이야기에서처럼 프롤로그 또한 여장부가 전달하려는 주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소위 이야기 외적인 요소들(digressive materials)로 가득 채워져 있다.12)  "추한 여인"의 기본적인 내러티브 안에 첨가된 지엽적인 요소들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화자의 생각과 감정 따위의 이야기 외적인 요소들이 결혼의 비애에 대한 설교조의 프롤로그에 덧붙여져 있다. 그 결과 여장부의 이야기에서처럼, 프롤로그 또한 지엽적이고 파편적인 느낌이 들며, 심지어 프롤로그의 흐름이 이러한 이야기의 외적인 요소들에 의해 자주 지체되기도 한다.13) 이러한 확장(dilatio)의 구조는 여장부의 이야기에서 보다 프롤로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사용되고 있다.14) 프롤로그에서 사용된 확장의 구조가 독자에게 주는 효과를 논하기 전에 초서가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종류의 확장의 담론을 가지고서 여장부의 프롤로그를 구성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세 번째 행에서 여장부는 프롤로그의 주제를 결혼 생활의 “비애” 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193행("Now, sire, now wol I telle forth my tale")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자신의 주제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주제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를 쏟아 붓는다. 심지어 193행에 이르러 이제는 자신의 주제에 관하여 이야기하겠다고 공언한 뒤에도, 또 다시 이야기의 초점을 잃어버린다. 자신의 첫 세 명의 남편들과의 결혼 문제를 다시 묘사하기 위해 주제에서 벗어나는 동안, 그녀는 결혼생활의 고통에 대해서 어떠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난봉꾼인 네 번째 남편이 다른 여자와 추구했던 쾌락이 여장부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말하는 481행에 이르러서야 여장부는 분노, 질투와 상실감 같은 자신의 주제와 관련된 결혼생활의 고민거리를 직접적으로 다루게 된다. 여장부가 네 번째 남편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비애감은 그녀의 다섯 번째 남편인 젠킨(Jankyn)과의 관계를 통해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여장부는 젠킨과의 결혼 생활을 회고함으로써 자신의 설교를 끝맺는다. 이러한 여장부의 프롤로그의 골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서론: 여장부는 결혼생활의 비애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말하겠다고 선언한다 (3)


Digression 1: 중혼(重婚)에 대한 옹호(9-61)                 

             순결의 가치에 대한 반박 (62-114)

             “배설”뿐만 아니라, “쾌락”을 위한 성기사용에 대한 옹호(115-62)


면죄부 판매자의 간섭 (163-92)으로 인하여 여장부는 자신의 이야기의 초점을 앞서 언급한 주제에 맞추겠노라고 말한다 ("Now, sire, now I telle forth my tale [of tribulacioun in mariage]") (193). 그러나 여장부는 자신의 주제를 또 다시 망각한 채 이야기를 지연시킨다.


Digression 2: 여장부는 첫 세 명의 남편들을 어떻게 농락했는지 설명한다(194-451)


이야기의 주제인 결혼생활의 고민거리로 복귀: 여장부가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묘사하는 동안, 지금까지 지연시켜온 이야기의 주제를 비로소 직접적으로 다룬다.


네 번째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 (452-502)


다섯 번째 남편인 젠킨과의 경험 (503-787).  

     사악한 여인들에 대한 일화:                

     --Eve/Delilah/Deianire/Pashipae, the queen of Crete

     --Clytemnestra/Lucilia/남편을 살해한 부인들


     여장부와 젠킨과의 싸움


결론: 결혼 생활에서 남편인 젠킨보다 여장부 자신이 우세하다는 사실을 여장부 자신이 확인하며, 여기에서 비롯되는 둘 사이의 결혼생활의 행복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위의 분석이 보여주는 것처럼, 여장부의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 그리고 경험이 첨가됨에 따라 프롤로그의 구조가 장황할뿐더러 그 흐름 또한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롤로그의 후반부에 가까워지면서 이야기는 점차적으로 여장부가 3행에서 소개한 주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를 두고 하겐(Susan Hagen)은 여장부의 프롤로그의 발전과정이 주전원(周轉圓--epicycle)에 가깝다고 주장한다(114). 마치 한 송이 꽃이 꽃의 중심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꽃잎으로 구성되어 있듯이 여장부의 프롤로그 또한 여장부가 전달하려는 주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야기와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여장부가 더하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표면적으로 이러한 구조를 통하여 여장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보다는 이러한 주제와 관련하여 자신의 사적인 경험과 생각에 독자들 이해하고 동정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볼 때, 작가인 초서는 이러한 확장(dilatio)이라는 기법을 통하여 화자인 여장부의 의도와 주장을 통제하고 있다.


III. 여장부의 프롤로그에 나타난 구조적 특징 및 그 효과


이러한 기법은 고대 로마의 대표적 작가인 오비드(Ovid)와 대륙의 작가, 장드문(Jean de Meun) 그리고 보카치오(Boccaccio)가 즐겨 사용하였다. 오르페우스(Orpheus)에 대한 이야기나 쟝드문의 로맨스 안의 르 비에의 담론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확장의 구조는 이야기의 주제나 상황을 화자 자신이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독자 자신이 나름대로 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일정한 문맥(context)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효과 역시 초서의 화자인 여장부가 프롤로그에서 기대했을 것이다. 여장부는 자신의 주제를 전통적이고 단선적인 플롯을 통해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하기보다, 앞서 보았듯이 주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듯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음으로써 자신의 주제에 독자가 능동적이며 주관적으로 참여케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겪었던 결혼생활의 비애를 독자 스스로가 깨닫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장부의 이야기의 초점이 그녀가 말하려는 주제에 다시 맞추어지기 전에 독자가 듣게되는 처음 두 가지 여담은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남편과의 관계에서 여장부 자신이 당한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를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문맥 구실을 하고 있다.  여장부가 예전의 자신의 첫 세 명의 남편들을 어떻게 농락했는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젊은 네 번째 남편의 방황 때문에 그녀가 겪었던 “크나큰 슬픔”을 독자가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듯이, 그녀가 처음 세 명의 남편들과의 결혼 생활을 통해 재산을 늘리고 자유를 얻었다는 사실 또한 여장부가 젠킨에게 재산과 집안에서의 권력을 양보함으로써 느껴야했던 비애감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가히 독자가 짐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볼 때, 어떤 사건이나 등장인물에 대한 문맥을 독자에게 제공해주는 효과 이외에 확장의 구조는 아이러니의 효과를 창출한다. 초서는 이러한 구조를 통하여 자신의 관점과 화자인 여장부의 관점을 분리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여장부가 이야기 도중 첨가 혹은 조작을 통하여 만들어내는 확장의 담론 중심에는 작가인 초서의 관점 혹은 주장이 내재되어 화자인 여장부의 주장을 통제하거나 그녀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켄터베리 이야기』안의 다른 이야기에서처럼,「여장부의 이야기」에서 또한 초서는 여장부의 관점이나 주장에 대한 어떠한 직접적인 언급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판단 또한 피하고 있다.  다만 초서는 확장의 구조 안에서 미묘한 암시와 세부 상황에 대한 주의 깊은 선택을 통하여 독자 스스로 여장부의 정체성과 내러티브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울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여장부의 프롤로그에는 바흐친의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대화론적” (dialogical) 다의성과 담론의 “다성성”(polyphony)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확장의 담론 안에서 암시적 작가(implied author)로서 초서는 절대적인 권위라는 개념과 단성적(univocal) 사실[권위에 대한 담론]에 근거한 가부장적 남성시인의 시각을 사적이고 가정적인 경험[경험의 담론]에 근거한 여성화자의 시각과 대립시키고 있다.

  서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두 개의 상반된 목소리들의 완전한 대치를 위해 초서는 단순히 프롤로그에서 두 목소리가 소리내어 대립할 수 있는 영역(상황)만을 설정하고 있다. 즉, 초서는 화자인 여장부 자신과 독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녀의 적들, 예를 들어 남성청자(listener)나 교회서기들 혹은 그녀의 옹호자들인 “현명한 아낙네들” 사이에 서로 논쟁(debat)을 벌이는 스타일로 프롤로그를 구성하고 있다. 여장부가 처음 세 명의 남편들과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는 프롤로그의 두 번째 부분의 경우, 화자가 자신의 가상의 적들이면서 여성에 대한 혐오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교회 서기를 포함한 남성청자들에게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이 부분에 사용되고 있는 여장부의 언어는 그 누군가의 언어에 강력히 반항하고 있는 느낌이며, 그리고 어떤 관련대상이 마치 앞에 있는 듯이 말해지고 있다.

  이러한 “대화적” 논쟁은 이미 죽어버린 세 명의 늙은 남편들(넓은 의미에서 모든 남성 독자들)을 지칭하는 듯한 “Thou prechest” 그리고 “Thou seist” 같은 돈호법으로 시작한다. 곧이어 여장부는 남성청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여성 폄하적인 어휘에 반격을 가하며, 이는 동시에 뭇 남성 청자들에게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는 듯한 효과를 가진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가진 재산 때문에,

     혹은 우리의 훌륭한 예의범절과 잘 노는 기질 때문에,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예쁜 얼굴 때문에,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노래를 혹은 춤을 잘 한다는 이유로,

     우리를 원한다고 말하는데,

     이외에도 우리의 가는 손과 팔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서 당신들 말에 따르면

     우리가 악마의 손에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소.

     또한 당신들 말에 의하면, 아무리 든든한 성도

     오랫동안 공격을 받으면 무너지고 만다는 얘기겠죠.15)


Thou seyst som folk desiren us for richesse,

Somme for oure shap, and somme for oure fairnesse,

And som for she kan outher synge or daunce,

And som for gentillesse and daliaunce;

Som for hir handes and hir armes smale;

Thus goth al to the devel, by thy tale.

Thou seyst men may nat kepe a castel wal,

It may so longe assailled been overal. (257-64)


남성청자들을 마치 자신의 앞에 두고 이들을 향하여 반박하고 있는 여장부의 대사에 사실 상대방인 남성 청자들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그녀의 첫 세 명의 남편들은 죽어서 없기 때문에 여장부가 벌이는 이 같은 논쟁의 영역에 빠져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장부는 다양한 방법과 화려한 수사법을 동원하여 남성권위의 목소리를 반박, 이를 약화시키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남성권위의 목소리를 약화시키려는 예비적인 단계로서, 여장부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의 주장을 지지하는 그녀의 대모(godmother), 앨리슨(Alison)과 같은 여성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의 형성을 도모한다:


     제 얘기를 이해할 만한 여러 현명한 부인들이여,

    자 제가 어떻게 그들을 다루었는지 들어보시오.

    얘기할 때는 이렇게 하는 것이며

    남편의 잘못을 비난할 줄 알아야 해요.

    욕하고 거짓말하는 데 있어서

    여자의 반만큼 대담하게 할 수 있는 남자는 드물답니다.

    이미 알고 잇는 부인을 대상으로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이 잘못되어 가는 경우,

    무엇이 자신에게 이로운지를 알고 있는 현명한 부인은

    하녀를 자신을 도울 증인으로 삼아

    자신에게 불리한 소문을 거짓으로 믿도록

    남편을 설득해나갈 것입니다. (161)


Now herkneth hou I baar me proprely,

Ye wise wyves, that kan understonde.

Thus shulde ye speke and bere hem wrong on honde,

For half so boldely kan ther no man

Swere and lyen, as a womman kan.

I sey nat this by wyves that been wyse,

But if it be whan they hem mysavyse.

A wys wyf, if that she kan hir good,

Shal beren hym on honde the cow is wood,

And take witnesse of hir owene mayde

Of hir assent.  (224-34)


딕슨(Lynne Dickson)이 주장한 것처럼, 여기에서 여장부는 “현명한 부인들”과 “사악한 아낙네” 사이의 구분을 흐려버린다.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남성중심의 텍스트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여장부는 수다스럽고 공격적이며 성욕이 강한 여성들을 아이러니하게도 “현명한 부인들”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여장부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은 사악하다기보다는 현명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장부는 위의 인용문에 암시되어 있듯이 자신의 가상적인 여성독자들과 협력하여 여성에 대하여 혐오적인 경향이 지니고 있는 당시 교회서기들이 규정한 “사악한 부인들”의 전형적인 악행들(225-6, 227-8, 321-2, 397, 401-2, 529-40, 544-7, 551-8, 559-62)을 자신의 입을 통하여 발설한다. 

  자신의 논지를 펴기 위해 여장부가 열거하는 여성들의 이러한 악한 행위들에 자신 또한 공범임을 인정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도중 여장부는 자신의 남편들을 지배하기 위하여 거짓말하고, 거짓으로 맹세하고(228) 돈과 재산에 대한 탐욕과(409-12) 간음(617-19)의 죄들을 본인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여장부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여성을 비하시키는 남성중심의 가치관과 문화에 대항하기 위한 여성중심의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기존의 남성들이 여성을 통제하기 위하여 사용한 담론에 의존할 수 없으므로 화자는 오히려 자신의 언어 속에 갇히고 마는 꼴이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여성을 통제하기 위하여 가부장적 남성문화가 만들어낸 여성의 사악한 행실에 대항하여 여장부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체 잠식되고 만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처음 세 명의 남편들과의 결혼 생활에 대하여 언급하는 과정에서(224-378) 자신의 사적인 경험에 해당하는 여장부의 이야기가 여성을 통제하는 남성중심의 텍스트가 지닌 남성 담론(the male discourse)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

  이를 구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여장부는 앞서 언급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신의 사적인 경험, 생각 그리고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적 목소리를 점차적으로 확장시켜 간다. 이를 통하여 여장부는 보다 효과적으로 독자들을 설득시켜 자신의 주장에 독자가 동의하거나 동정을 표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러한 의도와는 달리, 여장부가 사용하는 확장의 구조 안에서 여장부는 여성들의 비밀을 말해버리는 배반자로서 혹은 뿌리깊은 죄인으로서 자신도 모르게 여성의 정체를 드러내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결국 남성권위의 목소리에 대항하고자 하는 여장부의 자기 소멸적이며 자기 비난적인 목소리는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382)라는 그녀의 말투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세 명의 옛 남편들을 속였다고 자랑하지만, 남편들이 술 취했을 때 말했던 여타의 내용들 또한 여장부 자신이 지어낸 허구였다고 결국 그녀는 실토하고 만다.

  이처럼 남성의 권위 혹은 남성의 목소리에 억눌려 여장부의 목소리가 통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써 여장부의 돈호법을 들 수 있다. 여장부가 단순히 가상의 여성독자들이 중심이 된 내부 그룹 안에서가 아닌, 남성독자들 앞에서 자신의 사적 담론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여장부는 자신과 함께 여성들의 비밀들을 공유할 수 있는 여성독자들 만의 공동체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런 반면 여장부는 이야기 도중 남성독자의 호응을 유도하며: “여러분, 이제 다들 짐작하였겠지만, 나는 그 늙은 남편들에게 대들었어요”[Lordynges, right thus, as ye have understonde,/Baar I stifly myne olde housbondes on honde (378-80)], 남성독자(“lordynges”)를 부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외에도 여장부가 이야기하는 동안 남성독자들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를 몇 차례 더 들을 수 있다. 그녀의 담론 안에서 이처럼 여장부가 남성독자의 호칭(“lordynge” 이나 “sire” 와 “yow”)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볼 때, 여장부가 프롤로그의 시작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남성독자들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여장부의 여성적 담론이 여성을 통제 혹은 비하하는 당시 남성적 권위나 목소리에 잠식되고 있듯이, 이것은 여장부의 사적인 경험 이야기가 내부사람들(여성독자들)만의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말하여질 수 없음을 보여준다. 딕슨은 이를 두고 여장부의 의도가 “보이지 않지만 어디나 존재하는 ‘교회 서기들’의 남성권위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당시 독자들의 현존”에 의해 견제되거나 억제되고 있다고 말한다.16) 다시 말해서 여장부는 어느 한 공간을 자신만의 사적인 경험의 장으로 전유하려고 몸부림치지만 이러한 공간은 이미 가부장 독자들과 남성중심의 권위적인 목소리 혹은 남성중심의 언어로 이미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여장부의 프롤로그 어느 부분보다도 이러한 사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이야기 외적인 요소로서 여장부가 처녀성과 결혼에 대하여 부연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여장부는 남성중심의 담론과 여성적 경험의 경계선 사이를 오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여성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여장부의 목소리가 성서로 대표되는 남성중심의 언어에 의하여 통제되고 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여장부가 말하려는 내용은 오직 남성중심의 텍스트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인 초서는 이야기의 화자인 여장부가 남성중심의 텍스트들 사용하게 함으로써 우스꽝스럽게 여장부의 정체성과 여장부가 전하는 이야기의 본질에 대하여 아이러니의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초서는 확장의 구조를 통하여 여장부의 주장을 독자에게 보다 설득력있게 전달시켜주기보다는 성서의 내용과 교부(敎父)들의 권위를 여장부가 “잘못 사용”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하여 초서는 독자들에게 그녀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판단할 수 있도록 문맥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러나...”(21, 27, 32, 67, 77, 78, 80, 107, 135)로 시작되는 구절들에서 여장부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텍스트(“auctoritee”)에 대한 보편적이며 정당한 해석에 대항하여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그 일환으로 여장부는 권위 있는 남성중심의 텍스트들을 자신의 주장에 부합되도록 비틀거나 왜곡하게 된다. 이러한 여장부의 독서 및 해석으로 인하여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내용들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은 그녀의 허구성을 인식하게 된다.「시골사제의 이야기」와「철회」를 제외한 어느 이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초서는 이야기의 화자인 여장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는 작가로서 자신의 전지적 목소리를 화자의 목소리에  덧붙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확장의 담론과 같은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통하여 화자의 목소리를 독자가 있는 그대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화자가 전하는 이야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이를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여장부가 자신의 관점을 옹호하기 위해 인용하는 이솝우화와 함께 성경의 문장들17) 또한 독자들이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것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을 통하여 여장부의 해석을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그러한 판단과 비교를 통하여 화자의 목소리와 화자가 전달하려는 의도를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여장부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는 그녀가 사용하는 남성중심의 텍스트 안에서 남성 독자들과 연합하고 있는 초서에 의해 암묵적으로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여장부는 공적이며 남성적인 담론과 사적이며 여성적인 담론을 분리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18). 여장부의 실패는 권위적인 남성중심의 텍스트와 언어를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매개체로서 이용하고 있으며, 아울러 이러한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IV. 여장부의 이야기의 구조적 특징 및 그 효과


초서 판, “추한 여인”에 대한 여장부의 목소리는 그와 유사한 이야기들에서 화자들의 목소리와 사뭇 다르다. 첫째, 가우어의「플로렌트 이야기」에서 지니어스의 목소리는 이야기에 내포된 윤리적인 교훈을 자신의 학생인 아만스(Amans)에게 주입시키려는 그의 관심을 잘 반영하듯 냉정하고 형식적인 어조를 지닌다. 따라서, 사건들이나 이야기 속의 인물들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지니어스는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킬 필요는 없으며, 아울러 시인이자 화자(poet-narrator)인 가우어의 목소리와 지니어스의 목소리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중세시대의 영국의 대중적 로맨스 가운데 하나인『거웨인경과 레그낼 부인의 결혼』의 화자처럼, 지니어스는 자신의 이야기에 대하여 박식함과 권위를 보여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장부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더하게 되는 개인적 견해나 “I,” “me,” “we,”와 “us” 같은 대명사의 빈번한 사용이 보여주듯이, 이야기의 화자로서 여장부는 자신의 내러티브에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이야기에서 여장부의 목소리는 다른 유사한 작품의 화자에 비하여 좀 더 따뜻하고 감정적이며 보다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앞서 언급한 프롤로그에서처럼 이야기에서 또한 여장부는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하여 자신의 사적인 경험, 생각, 혹은 주장을 이야기 도중에 상당히 많이 첨가하고 있다. “추한 여인”의 기본적인 플롯에 더해지는 이러한 이야기의 본질적인 흐름과는 무관하게 보이는 듯한 이러한 요소들(digressive materials)은 확장의 구조 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하여 작가 초서는 프롤로그에서처럼 자신의 관점을 화자인 여장부와 분리시키고 있으며, 아울러 독자 스스로 이야기 속에 내포되어 있는 여장부의 정체성과 관점을 파악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이야기 외적인 요소들의 효과를 논하기에 앞서 여장부의 이야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롤로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자신의 사적인 경험에 기반을 둔 여성적 담론과 아써왕과 관련한 로맨스가 지닌 남성적 담론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여장부는 후자를 전자의 관점으로 각색 혹은 왜곡시킴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써왕의 로맨스에 내포되어 있는 남성중심의 권위와 가치관에 의하여 여장부의 주장은 오히려 잠식되거나 반박되어진다. 앞서 언급한 프롤로그에서 초서가 의도했던 확장의 구조의 효과가 이야기에서도 반복되는 셈이다. 결국 이야기에서 또한 여장부의 한계는 프롤로그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목소리를 오직 남성담론을 통해서만이 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여장부는 자신이 사용하는 남성담론의 대표적인 예라 볼 수 있는 아써왕의 로맨스를 자신의 논지에 부합하도록 뜯어 맞추게 되나, 이러한 여장부의 노력은 작가 초서의 의하여 실패로 끝나게 된다.

  여장부가 자신의 논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써왕과 관련한 남성중심의 로맨스를 뜯어고치기 시작한다. 먼저, 여장부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무명의 기사로 처리하며, 심지어 강간을 저지를 뿐 아니라 의지력이 부족하고 무기력하며, 배은망덕하고 예절이 부족한 존재로 처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여장부의 이야기 안의 기사는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의 주인공인 플로렌트나 가웨인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처리되어 있다. 전통적인 로맨스에 대한 또 다른 충격적인 변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기사가 궁정의 여인이 아닌 겉으로 보기에도 가난하고 추한 늙은 노파에 의해 길들여진다는 점이다. 여장부가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 안에 투사시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이러한 변형들은 독자들을 설득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독자들을 그녀의 내러티브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게 할뿐이다. 혹은 전통적이며 대중적인 당시의 로맨스를 아이러닉하고 우습게 처리하고 있는 여장부에게 이러한 장르의 전통과 내용에 익숙한 당시 독자들은 동정과 함께 비웃음을 보냈으리라 여겨진다. 이러한 결과는 초서와 동시대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남성중심의 로맨스의 의미와 가치와 화자인 여장부가 개작을 통하여 보여주는 의미 사이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이와 유사한 효과는 여장부가 이야기의 기본적 플롯에 첨가하는 이야기 외적인 요소들에서 또한 나타난다. 여장부가 이야기에 첨가하는 마이더스의 일화나 “침실설교”(pillow lecture)와 같은 여담들은 결혼생활에서 여성의 주도권 획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여장부의 목소리를 잠식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이더스에 관한 일화는 “여성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905)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 떠나는 기사의 출발 장면과 해답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늙은 노파를 만나는 장면사이에 놓여있다. 해답을 찾아 방랑하는 기사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어 가는 동안, 기사는 질문에 대한 상당히 혼돈스럽고 다양한 여성들의 견해를 접하게 된다. 여장부 스스로가 여성들에 의해 제기된(925-44) 이러한 견해들을 검토한 후에, 그녀는 “우리 여자들은 그 어떤 것도 비밀로 간직할 수 없어요”(950)라는 자신의 주장을 예증하기 위해 마이더스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 여장부는 마이더스의 처음 부분을 생략하며, 또한 마이더스의 비밀을 배반한 사람을 이발사에서 아내로 변경시킴으로써 마이더스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뜯어고쳐 독자에게 전달한다.

  로버트슨(D. W. Robertson, Jr.)이 지적한 것처럼, 여장부는 본래 마이더스의 이야기가 지닌 도덕적 윤리나 교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 이야기를 완전히 잘못 해석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야기를 고치기까지 한다(1-20). 로버트슨의 주장대로 이야기와 관련하여 여장부가 모르고 있던 사실 가운데 하나는 마이더스가 자신의 성적인 욕망 때문에 배반당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볼 때, 로버트슨의 표현대로 “여장부 스스로가 이러한 성적 욕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물인 동시에 텍스트에 암시되어 있을 지도 모르는 어떠한 지혜도 ‘듣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인 셈이다”(11). 실제 이야기에서 마이더스가 진리와 지혜를 담은 아폴로의 목소리보다는 숲의 신인 팬(Pan)의 육감적인 노래에 보다 빠르게 반응하듯이 여장부 역시 프롤로그에 암시되어 있는 것처럼 육체적으로는 귀머거리요, 영적인 면에서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는 존재이다. 이러한 점에서, 여장부가 바로 오비드의 마이더스이며 마이더스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녀 스스로가 자신에 관해 말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과 교부들의 기록 및 남성중심의 텍스트들을 인용하고 있는 프롤로그의 내용이 그녀의 목소리를 스스로 잠식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처럼, 여장부가 확장의 구조 안에 첨가하고 있는 마이더스의 이야기 또한 독자가 여장부의 정체성과 동기를 판단할 수 있는 문맥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여장부는 “침실설교”를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덧붙임으로써 자신의 의도와는 상반된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기법은 초서가『켄터베리 이야기』에서 즐겨 사용하는 기법 가운데 하나이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 서로 어울리지 않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첨가시키는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작가 초서는 화자의 주장에 대하여 독자의 웃음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화자의 진실성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한다. 여장부가 이야기의 결말에 이야기의 극적 상황과도 맞지 않는 외적인 요소(노파의 진지한 도덕적 교훈)를 첨가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여장부의 의도와 진지한 태도가 오히려 전복되고 만다. 뿐만 아니라, 결혼 첫날밤 젊은 남편에게 훈계하는 늙은 노파의 “침실설교”를 구체적으로 검토해보면, 그 훈계는 여장부 주장의 진지함을 무너뜨리는 불일치와 비논리성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예로써 뎀스터(Germaine Dempster)는 1159-62행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으며(173-6), 이 부분에서 드러나는 여장부의 비논리성은 여장부의 대리자인 노파의 진지한 주장을 독자들이 수용하는 것을 저지시키고 있다:


     당신의 귀족신분은 선조의 높은 덕에서 비롯된

     그들의 명성에 지나지 않으며,

     당신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귀족신분은 오직 주님에게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198)


     For gentillesse nys but renomee,

     Of thyne auncestres, for hire heigh bountee,

     Which is a strange thyng to thy persone.

     Thy gentillesse cometh fro God allone. (1159-62)


뎀스터의 이러한 문제 제기를 크레인(Susan Crane)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크레인의 주장에 따르면, “귀족신분”과 “가난에 관한 노파의 주장은 그것들에 대한 전통적이고 권위 있는 기존의 의미와 해석을 전복하는 것이며, 아울러 노파는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도록 그것들을 재정의하고 있다(26). 만일 노파가 “침실설교”에서 여장부의 주장을 복화술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가정해볼 때, 여장부의 대리자인 노파의 “가난”에 대한 찬미 또한 여장부가 첫 세 명의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서 보여준 물질 탐욕적인 성향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여장부가 확장의 구조 안에 첨가하는 노파의 “침실설교”가 화자의 대변인 격인 노파의 주장을 피상적으로는 강화시켜주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이로 인한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의 불일치와 논리적인 모호함은 화자가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역효과를 내고 있다. “귀족신분”에 관하여 설교하는 노파의 어조는 매우 진실되며 또한 진지하다. 그러나 “가난”에 관한 부분에 이르러서 그녀의 목소리는 열정이 없어 보이며 기운이 빠진 듯이 갑자기 수그러진다. 마지막 “나이”에 관한 그녀의 설교에서도 다소 열의가 없고 심지어 우스꽝스런 분위기로 그 끝을 맺는다. “명문귀족”과 “가난”에 관한 노파의 처리를 비교해 보면, 노파는 나이에 대해서는 다소 불완전한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며 자신의 견해를(1207-12) 지지해줄 어떤 권위적인 내용도 덧붙이지 못하고 있다:


     자 이제 당신은 내가 못생겼고 나이가 들었다고 말하는데,

     당신이 내가 다른 남자들과 놀아남으로 인해서 창피를 당할 염려는 없을 것입니다.

     못생기고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이, 내가 생각하기로는,

     정조를 지키는 훌륭한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죠. (200)


Now ther ye seye that I am foul and old,

Than drede you noght to been a cokewold;

For filthe and eelde, also moot I thee,

Been grete wardeyns upon chastitee. (1213-16)


한마디로 고귀한 설교로 시작한 것이 우스꽝스런 결론으로 끝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당시 어떤 독자도 위에 인용한 노파의 말이 그녀의 젊고 건장한 남편을 순종적인 남편이 되도록 설득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을 것이다. 

  래비(Bernard Levy)는 추한 노파의 “침실설교”가 “노래를 듣는 사람을 사로잡고 자기 자신을 아름다운 미인으로 보이도록” 유혹하는 단테의 싸이렌(Siren)의 노래와 같다고 주장한다.19) 심지어 지금까지 여장부가 이야기에서 보여준 우스꽝스럽고 아이러닉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노파의 훈계는 독자를 노파의 설교 속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도록 한다. 특히, 노파의 훈계에서 가장 고귀한 이상들이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왜곡되어 인용될 때, 그녀의 “침실설교”는 더욱 더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간단히 말해서 “침실설교”는 나이가 들고, 추하고 가난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 또한 낮으나 성적으로 매력 있는 아내(여장부)를 한 남편이 (아마도 젠킨이 되겠지만) 발견한다는 내용으로서, 이는 여장부가 자신의 “호기에 찬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터무니없는 수사학의 전형에 불과하다. 실제로 여성의 욕망성취에 관한 노파의 이야기는 기사가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노파 또한 자신이 지금까지 말한 것과는 관계없이 기사가 여성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러나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당신의 세속적인 욕구를 채워드리겠어요” (201). 충격적이게도, 기사의 “세속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파는 기사를 압도한 대가로 쟁취한 주도권을 결혼과 함께 그에게 양보하고 순종적인 아내가 된다: “당신의 예쁘고 착한 아내가 되겠어요. 세상이 생긴 이래로....(202). 기사가 방안의 커튼을 들어올리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자신이 소망했던 아내의 모습이다: “그녀는 매우 예쁘고 젊게 되어 있었습니다 (202).

    

V. 남성중심의 문화에 갇힌 여장부


여장부의 프롤로그에서 여장부의 설교가 “결혼생활의 비애”로 시작하여 아이러닉하게도 여성의 순종으로 인하여 얻어지는 “완전한 기쁨”으로 끝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여장부의 이야기 또한 남성을 지배하기 바라는 여성의 보편적인 욕망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순종으로 인한 갈등의 해소로 그 끝을 맺는다. 프롤로그에서처럼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장부는 마치 노파의 심정을 다 이해하고 있는 듯이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만족과 기쁨을 줄 수 있도록 모든 일에 있어서 복종을 하였답니다. 이렇게 그들은 죽을 때까지 완벽한 기쁨 안에서 살았답니다”(202)라고 말한다. 패터슨(Lee Patterson)의 주장처럼, “여장부의 ‘호기에 찬 욕망’은 결국 남성적인 소원 성취(masculine wish-fulfillment)인 셈이고, 여장부 자신 또한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완전히 이에 동조 혹은 일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683). 다시 말해서, 여장부가 비록 가부장적 문화의 틀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며, 또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할지라도 그녀는 여전히, 패터슨의 메타포를 빌리자면, “남성적인 언어의 감옥” 안에 갇혀있다(682).

     당시 남성중심의 공식적인 문화와 사적이며 여성적인 경험사이를 오가는 여장부의 모습과 전자를 초월하지 못하는 그녀의 한계가 기도의 형식을 빌어 말하는 이별의 말속에 암시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리스도여, 우리에게 순하고, 젊고, 그리고

    잠자리에서 힘있는 남편을 보내주소서,

    아울러 우리와 혼인한 그들보다 오래 살도록 해주소서.

    또한 예수님, 기도드립니다. 부인들의 지배를 받기 원치 않는 자들의

    명(命)을 짧게 줄여 주소서.

    그리고 늙고, 성질 못된 구두쇠 같은 남자들에게 또한

    주님 곧 역병을 내려주옵소서. (202)


....................and Jhesu Crist us sende

Housbondes meeke, yonge, and fressh abedde,

And grace t'overbyde hem that we wedde;

And eek I praye Jhesu shorte hir lyves

That noght wol be governed by hir wyves;

And olde and angry nygardes of dispence,

God sende hem soone verray pestilence! (1258-64)


퀸(Esther Quinn)은 여장부의 끝맺는 말속에서 “아써왕 시대에 로맨스에 드러난 허구적인 세계와 14세기 영국이라는 상황 속에서 남성과 여성사이의 실제관계를 보여주는 투쟁의 세계와의 거리감”20)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기본적인 플롯에서 첨가되는 요소들과 함께 남성중심의 대표적인 담론인 아써왕과 관련한 로맨스를 통해 자신의 소원성취를 투사하는 데 실패했음을 깨달은 여장부는 환상의 세계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마지막 말에서, 여장부는 지금까지 쓰고 있던 환상의 가면을 벗어 던지며 자신을 유혹했던 마법을 의도적으로 쫓아버린다.

  여장부가 자신의 사적인 경험에 기반을 둔 여성 옹호적 목소리에 나타나있는 활력과 호전성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마지막 부분에서 끝을 맺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모든 공간이 남성의 권위와 남성의 언어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프롤로그에서 여장부의 목소리가 교부들의 글이나 성서의 구절, 그리고 남성중심의 텍스트에 의해서 제한 혹은 잠식되고 있다면, 이야기에서는 아써왕의 로맨스에 묵시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남성권위의 목소리에 의하여 제한되어지거나 혹은 잠식되어진다. 위에 인용된 여장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그녀가 일정기간 가부장적 권위에 도전하거나 심지어 이를 뒤엎을 수는 있을지라도, 결국 여전히 원래 시작했던 그 지점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는 당시 남성중심의 공식적인 문화(official culture)속에 있던 작가 초서가 여성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제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프롤로그에서 고백하고 있듯이 여장부가 프롤로그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여성의 권위와 지배의 중요성이기보다는 단순히 그녀의 환상에 불과하다. 잠시나마 이러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여장부는 자신의 동료 순례자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 계시는 여러분에게 바라는 것은

    제 생각대로 말할지라도

    제가 하는 얘기를 잘못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제 의도는 여러분을 즐겁게 하기 위한 거랍니다. (159)

  

But yet I praye to al this compaignye,

If that I speke after my fantasye,

As taketh not agrief of that I seye,

For myn entente nys but for to pleye. (189-92)


이런 점에서 크레인이 지적했던 것처럼, 바쓰의 여장부는 “허구를 이야기하는 허구인 셈이다”(20). 여장부는 역시 권위와 기득권을 지닌 14세기의 남성 시인에 의해 창조된 허구에 불과한 존재이다.

                                                                                 <대구대>


                              인용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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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ucer's Wife of Bath's Tale: Female Sexuality Confined in a Prison of Language

                                                                           Dongchoon Lee

Abstract


     Chaucer is a traditional storyteller in the sense that he used English for his storytelling and that he, to an inescapable degree, looked back to "olde feldes" for a tradition within which to write. For Chaucer the Middle English popular narrative is the core of the considerable corpus of literary source in which he was grounded. In the Wife of Bath's Tale, Chaucer retells the popular English tale of the "Loathly Lady," which is enjoyed by a wide audience in his times, in his own particular way. The popular old story retold by Chaucer in the Wife of Bath's Tale results in producing something new and original in terms of his intention for the audience as well as of structure, character, narrative voice, and so on. In short, although Chaucer depended on the English popular narrative for appealing to his reader's familiarity to its narrative pattern, the effects created by his manipulation of the artistic skills, especially dilatio in the basic plot of the "Loathly Lady" are totally different from those in the other popular narratives, John Gower's The Tale of Florent and the Middle English romance, The Weddynge of Sir Gawen and Dame Ragnell. More specifically, Chaucer grafted on to the basic English style and plot found in the Middle English popular narrative, the digressive materials inclusive the Wife's private thoughts, emotions and experiences.

     Although Chaucer's application of the skill of dilatio to the Wife of Bath's Tale is unparalleled, there are medieval predecessors who exploited similar techniques that might have influenced the construction of the Chaucerian tale. This new style derived from his progressive immersion in European literary culture, especially, in the dominant poetic influences of France in his day, as well as in the ancient Roman literary heritage. Tales written by self-conscious and sophisticated writers such as Ovid (the Latin tradition), Jean de Meun (the French tradition), Boccaccio (the Italian tradition), and John Gower (the English tradition contemporaneous with Chaucer) are all addressed to an educated audience with whom the poet shares well established literary traditions. 

     In the Wife of Bath's Tale, by employing this skill, Chaucer does not want his audience to accept his narrator's words and attitude at face value. By calling his narrator's trustworthiness into question through his story-telling devices that he learned from his literary predecessors, Chaucer offers his audience the chance of relying on judicious and thoughtful independence of mind in sorting out the complex messages within a narrative. In a dialogic tale like Chaucer's, the narrator ceases to exercise monologic control over the meaning of the tale. Accordingly, the readers with keen perception and intelligence are required actively to mine for meaning or decide upon the truth or authenticity among multiple voices. Or they are required to recognize gaps left by a narrator and to treat cautiously any "filling" proposed by him. In short, reading a Chaucerian tale, especially the Wife of Bath's Tale, demands of readers an act of will.


1) 이 논문은 2001년 대구대학교 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2)『켄터베리 이야기』와 관련하여 본 논문에 인용되는 문장 및 행수는 Riverside Edition에 의거하여 이루어짐.


3) “결혼에 관한 이야기 모음”(The Marriage Group)이라는 용어는 키트리지(George Kittredge)의 논문 “Chaucer's Discussion of Marriage," Modern Philology 9 (1912): 465-67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4)「바쓰의 여장부 이야기」와 유사한 두 작품 이외에 또 다른 유사한 이야기로「가웨인 경의 결혼」(The Marriage of Sir Gawaine)이라는 당시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 있다. 다른 작품에서처럼 이 작품 또한 생명의 존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질문, 지참금, 신혼 첫날밤의 갈등, 그리고 마법의 풀림 등의 공통적인 모티프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많은 글자가 누락되어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건들(functional events)의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본인은 논문에서 이 작품을 제외하였다.


5) 클로스톤(W. A. Clouston)은 “초서가 가우어로부터 이야기의 원형을 빌려왔다"라고 추정할 명백한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The Knight and the Loathly Lady: Variants and Analogues of the Wife of Bath's Tale," Chaucer Society, 2nd Ser., XXII (London, 1887): 483-524.


6) 두 이야기 사이의 언어적 측면에서의 세부적인 비교 연구: Olga Fischer, "Gower's Tale of Florent and Chaucer's Wife of Bath's Tale: A Stylistic Comparison," English Studies 66 (1985): 209-25.


7) 이러한 구조적 현상은 쟝드문(Jean de Meun)의『장미의 로맨스』(Le Roman de la Rose)에서 르 비에(La Vieille)가 자서전적 내용을 전개하는 스타일과 매우 유사하다.


8) 대중적인 로맨스의 등장인물들과는 달리, 바스의 여장부의 내러티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순히 착하거나 나쁘다고 규정될 수 없다. 그러나 편의상, 여기서 등장인물들을 주인공인 젊은 기사와의 관계에 따라 영웅과 악한을 구별하기로 한다. 예를 들어, 아써왕의 경우 그 기사에게 사형언도를 내림으로서 주인공에게 일종의 결핍(lack)이나 불충분(insufficiency)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그를 악한의 모습으로 범주화한다.


9) 이러한 산만한 분위기를 야기하는 요소들을 제외하면, 여장부의 스토리 전개는 로맨스의 원형적인 패턴(입문-모험-귀환)과 표면적으로 유사하다. 첫 번째 단계에서, 기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사형에 처할만한 중죄를 저지름으로써 자신을 사회와 고립시킨다. 전형적인 로맨스에서처럼, 이러한 고립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여행>을 통하여 예외 없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작품의 기사는 새로운 지식의 습득과 함께 자신이 속한 사회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구원자로서의 주인공의 역할을 강조하는 켐벨(Campbell)의 입장에서 볼 때, 마지막 단계에서 여장부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중적인 로맨스의 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28). 예를 들면, 한(Thomas Hahn)은『거웨인경과 레그넬부인의 결혼』에서 거웨인이 “중재자로서 이방인, 레그넬을 길들이고 그녀를 궁정의 영역 안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거웨인은 아써왕의 기사사회의 공동이익을 증진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43). 이에 반하여, 여장부 이야기에서 기사는 사회의 결핍이 아닌 자신의 결핍을 제거하는 지식만을 가지고 사회에 복귀한다는 점이 특이할 뿐만 아니라, 미지의 영역으로 여행하는 동안에 일반적으로 대중적인 로맨스에서 주인공이 경험하는 갈등이나 위험을 겪지 않고 있다. 재미있게도 젊은 기사는 다만 침대 위에서 노파와의 갈등과 노파의 가르침을 통해 지혜와 성숙을 겸비한 기사로 변화되는 것처럼 보여진다. 바로 이점이 이야기 화자인 바쓰의 여장부가 아써왕과 관련한 로맨스를 매개로 하여 달성하고자 의도한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실제로 기사의 경우 어떠한 지혜의 습득이나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이야기 화자는 대중적인 로맨스의 전형적인 패턴을 이용하여 그녀 자신이 의도한 바를 성취하기 위하여 아써왕과 관련된 전통적인 로맨스의 본질적인 관례와 의미를 희화(戱畵)화하고 있는 것이다.


10)「바스의 여장부의 이야기」에 관련하여 초서의 내러티브 스타일을 논한 비평가로 죠단(Robert M. Jordan)을 들 수 있다. 죠단은 초서의 내러티브가 지니고 있는 지엽적이고 산만한 특성에 관해 언급하면서 그러한 내러티브를 “작문의 비유기적인 양태” (inorganic mode of composition)로 그는 규정하고 있다: “The Question of Genre: Five Chaucerian Romances,” Chaucer at Albany, ed. Rossell Hope Robbins (New York: Burt Franklin & Co., 1975), 89. 이외에도, 게롤드(Gordon H. Gerould)는 초서의 내러티브에는 “실제로 이야기의 처음과 끝 사이에 논리적인 연결이 없다....”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Chaucerian Essays (New York: Russell & Russell, 1968), 76; A. C. Spearing, Criticism and Medieval Poetry, 2nd ed. (New York: Barnes & Noble, 1972), 26.


11) 대표적인 예로서, 마이더스의 교훈에 대한 여담을 한 후, 화자는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기사가 노파와 만나는 장면을 묘사한다. 또한 화자는 숲 속에서 춤을 추는 요정 같은 아가씨들의 환상적인 장면을(991-2) 묘사하기보다는 기사와 노파간의 계약장면으로 즉시 넘어간다. 그 계약이후 장면은 왕비와 시녀들이 기사가 가지고 온 해답을 판결하기 위해 모인 궁정의 모습으로 빠르게 다시 전환된다.


12) 패터슨(Lee Patterson)은 프롤로그에 나타난 여장부의 내러티브 스타일을 ‘여성적인 해석학’(feminine hermeneutics)으로 간주한다: “‘For the Wyves love of Bathe': Feminine Rhetoric and Poetic Resolution in the Roman de la Rose and the Canterbury Tales," Speculum 58 (1983): 656-95. John A. Alford, “The Wife of Bath Versus the Clerk of Oxford: What Their Rivalry means," Chaucer Review 21 (1986): 108-32; 앨포드는 자신의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중세적 측면에서 두 이야기 화자들 사이의 스타일을 비교, 검토하고 있다.


13) 구조적 측면에서 프롤로그와 이야기가 유사할 뿐만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 또한 여장부의 프롤로그과 이야기는 둘 다 “결혼생활에서의 주도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앨런(Judson B. Allen)과 겔라커(Patrick Gallacher)는 “이야기 안의 추한 여인은 여장부의 대리인이자 여장부를 대표하고 있다”주장한다: “Alisoun Through the Looking Glass: Or Every Man his own Midas," Chaucer Review 4 (1970): 101. 간단히 말해서 프롤로그는 여장부가 이야기에서 전달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독자가 예견토록 이끄는 지표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여장부의 프롤로그는 일종의 “이야기 안의 이야기”(an inset tale)로서 사용되고 있다.


14) 초서가 즐겨 사용하고 있는 확장의 구조는 고대 로마와 대륙의 작가들, 예를 들면 오비드(Ovid), 장드문(Jean de Meun), 그리고 보카치오(Boccaccio)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오르페우스(Orpheus)에 대한 오비드의 이야기와 장드문의 로맨스에 나오는 르 비에의 담론에 사용된 확장의 구조와 스타일이 초서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


15)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I』, 이동일, 이동춘 역 (서울: 도서출판 한울, 2001), 162. 본 논문에 인용되는『켄터베리 이야기』의 번역문은 이 번역서에 의함.


16) Lynne Dickson, "Deflection in the Mirror: Feminine Discourse in The Wife of Bath's Prologue and Tale," Studies in the Age of Chaucer 15 (1993): 78.  그녀의 주장을 실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를 보여주는 70-85를 참고.


17) 딜라니(Sheila Delany)는 자신의 논문, "Strategies of Silence in the Wife of Bath's Recital" in Exemplaria 2 (1990): 49-69에서 마리 드 프랑스(Marie de France)의 이솝우화 속의 사자에 관한 여장부의 언급은 여장부의 이야기에서 아이러니컬한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in solidarizing with the lion,... Alice speaks as if lions could or some day might paint: that is her basic misreading.” 딜라니에 의하면 “만일 그 우화가 여성과 남성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혀진다면, 우화가 갖는 의미는 매우 충격적이게도 여성 혐오론적인 것이다. 그것에 대하여 여성들이 분노할 지 모르지만 문화적 생산수단을 전유할 수 있는 능력이나 본성이 여성에게는 없기 때문에 그러한 수단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우화는 말하고 있다” (53). 여장부는 마리 드 프랑스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남성중심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를 전유하게 함으로써 아이러니를 유발시키고 있는 셈이다.


18) Barrie Ruth Straus, "The Subversive Discourse of the Wife of Bath: Phallocentric Discourse and the Imprisonment of Criticism" English Literary History 55 (1988): 531-33에서 여장부의 프롤로그에 나타난 이러한 과정이 보다 자세하게 연구, 설명되고 있다.


19) Bernard S. Levy, “Chaucer's Wife of Bath, the Loathly Lady, and Dante's Siren,"  Symposium 19 (1965): 371; “The Wife of Bath's Queynte Fantasye," Chaucer Review 4 (1970): 106-22.


20) Esther C. Quinn, “Chaucer's Arthurian Romance," Chaucer Review 18 (1984): 217; Aaron Steinberg, “The Wife of Bath's Tale and Her Fantasy of Fulfillment," College English 26 (1964): 190.